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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형 vs DC형 퇴직연금, 수익률 격차와 선택 기준

2025년 가중평균 1년 수익률이 DB형 3.5%, DC형 8.6%로 2.5배 가까이 벌어졌다. 같은 돈을 넣고 왜 결과가 갈리는지, 임금상승률과 운용능력 중 무엇을 기준으로 골라야 하는지, 전환 시 주의점과 IRP 활용까지 정리했다.

DB형 vs DC형 퇴직연금, 수익률 격차와 선택 기준

같은 회사에서 같은 연차로 일했는데 퇴직연금 잔고가 다르게 찍힌다. 운용 방식을 DB형으로 뒀느냐 DC형으로 뒀느냐의 차이다. 2025년 4분기 기준 가중평균 1년 수익률은 DB형 3.5%, DC형 8.6%로 두 배 넘게 벌어졌고, 적립금 증가율로 보면 DB 6.7% 대 DC 20.3%로 격차가 더 크다. 그런데 이 숫자만 보고 무조건 DC로 갈아타라는 건 절반만 맞는 얘기다.

🏗️ 두 제도가 갈리는 한 가지 — 운용 책임이 누구에게 있나

DB형(확정급여, Defined Benefit)은 회사가 적립금을 운용한다. 직원이 받는 퇴직급여는 운용 성과와 무관하게 ‘퇴직 직전 3개월 평균임금 × 근속연수’로 고정된다. 운용을 잘하든 못하든 정해진 금액이 나오고, 그 책임은 회사가 진다.

DC형(확정기여, Defined Contribution)은 반대다. 회사는 매년 연간 임금의 12분의 1 이상을 직원 계좌에 넣어주는 것까지만 책임지고, 그 돈을 어떻게 굴릴지는 직원이 정한다. 펀드를 고르고 예금에 묶고 비중을 조절하는 게 전부 본인 몫이라, 수익이 나면 더 받고 손실이 나면 덜 받는다.

이 한 줄짜리 차이가 위 수익률 격차의 출발점이다. DB형 잔고는 시장이 좋든 나쁘든 임금상승률 언저리에서 움직이는 반면, DC형은 가입자가 코스피 상승장에 올라탔는지 예금에 방치했는지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이다. 2025년처럼 증시가 강했던 해에는 DC 평균이 DB를 크게 앞섰지만, 그 평균 안에는 마이너스를 낸 계좌도 섞여 있다.

📊 수익률 숫자,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구분DB형DC형IRP
1년 수익률(2025 4분기 가중평균)3.5%8.6%9.4%
적립금 증가율6.7%20.3%32.6%
운용 주체회사가입자 본인가입자 본인
퇴직급여 결정 방식임금상승률 연동운용 성과운용 성과

평균 8.6%라는 DC 수익률은 ‘잘 굴린 사람’과 ‘방치한 사람’을 한데 섞은 값이다. 디폴트옵션도 안 걸어두고 현금성 자산에 묶어둔 계좌는 2~3%대에 머물렀고, 주식형 비중을 높였던 계좌는 두 자릿수를 넘겼다. 뉴스에 종종 등장하는 “DC형으로 20% 넘게 벌었다”는 사례는 평균이 아니라 상위 구간의 이야기이므로, 본인이 그만큼 굴릴 수 있느냐를 먼저 따져야 한다.

반대로 DB형 3.5%는 낮아 보이지만 변동성이 거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손실 가능성이 사실상 없는 대신 상승장의 과실도 가져가지 못한다. 수익률 표를 볼 때 핵심은 평균값 자체가 아니라 ‘내가 그 분포의 어디에 설 사람인가’다.

⚖️ 그래서 나는 뭘 골라야 하나

선택을 가르는 변수는 결국 둘이다. 내 임금상승률이 시장 수익률보다 빠른가, 그리고 내가 직접 운용에 손댈 의향과 시간이 있는가.

임금상승률이 높은 쪽은 DB형이 유리하다. DB 퇴직급여는 퇴직 직전 평균임금에 연동되므로, 호봉제·연공서열로 매년 급여가 또박또박 오르는 구조라면 임금 인상 자체가 수익률 역할을 한다. 대기업 정규직이나 공공기관처럼 장기근속할수록 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는 직장이 대표적이다.

DC형이 맞는 쪽은 정반대 조건이다. 임금상승률이 정체됐거나, 성과급 비중이 커서 기본급이 잘 안 오르거나, 이직이 잦아 한 직장에서 오래 임금을 쌓기 어려운 경우다. 여기에 더해 펀드 비중을 점검하고 시장에 관심을 둘 의향이 있다면 DC의 상승 여력이 DB의 안정성을 압도할 가능성이 높다. 사회 초년생이나 30~40대처럼 운용 기간이 길게 남은 사람일수록 복리 효과가 커서 DC의 손을 들어줄 이유가 늘어난다.

판단이 안 서면 두 질문에 답해보면 된다. “앞으로 5년간 내 연봉이 매년 확실하게 오르는가?” 그렇다면 DB. “내 계좌를 1년에 두세 번이라도 들여다볼 자신이 있는가?” 그렇다면 DC. 둘 다 애매하다면, 적어도 방치된 DB형보다는 디폴트옵션을 걸어둔 DC형이 평균적으로 나았다는 게 지난해 데이터다.

🔁 전환할 때 놓치기 쉬운 것들

DB에서 DC로의 전환은 대체로 가능하지만 한 방향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한번 DC로 옮기면 다시 DB로 되돌리는 건 회사 규약상 막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임금상승 곡선이 가팔라지는 승진 직전이라면 전환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전환 시점의 임금도 변수다. DB에서 DC로 옮기면 그때까지 쌓인 DB 적립금이 전환 시점의 평균임금 기준으로 정산돼 DC 계좌로 넘어온다. 임금이 한창 오르는 중이라면 더 오를 때까지 기다렸다 옮기는 편이 정산액을 키운다. 반대로 임금 정체가 확실하다면 빨리 옮겨 운용 기간을 버는 게 낫다.

DC형으로 갔다면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을 반드시 지정해두는 게 좋다. 가입자가 운용 지시를 안 하면 적립금이 대기성 자금으로 방치되는데, 디폴트옵션을 걸어두면 직접 종목을 안 골라도 위험 성향에 맞춘 자산배분 상품으로 자동 운용된다. 앞서 본 DC 평균 수익률을 끌어올린 핵심 장치가 이것이다.

💰 IRP를 함께 굴려야 하는 이유

DC형 가입자에게 IRP(개인형 퇴직연금)는 선택이 아니라 사실상 세트다. IRP는 퇴직하지 않아도 본인이 추가로 돈을 넣을 수 있는 계좌이고, 연간 납입액에 대해 최대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받는다. 운용을 아무리 못해도 연말정산에서 수십만 원 단위의 환급이 확정 수익처럼 따라온다는 뜻이라, 운용 수익률과 별개로 챙겨야 할 부분이다.

세제 혜택을 노후 자산 설계로 묶어 보는 관점은 청년미래적금 같은 정책금융 상품에서도 같다. 정부 기여금이든 세액공제든, 시장 수익률에 앞서 ‘제도가 주는 확정 수익’을 먼저 줍는 게 순서다.

✅ 정리 — 숫자보다 내 조건이 먼저

DC가 DB보다 두 배 넘게 벌었다는 2025년 수익률은 사실이지만, 그건 상승장과 적극적 운용이 맞아떨어진 평균이다. 임금이 매년 확실히 오르고 운용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면 DB의 안정성이 여전히 합리적인 선택이고, 임금 정체·잦은 이직·긴 운용 기간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디폴트옵션을 건 DC와 IRP 조합이 유리하다. 전환은 한 방향이라는 점, 그리고 운용 성과 이전에 IRP 세액공제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점만 놓치지 않으면 된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으며, 본문의 수익률은 2025년 4분기 가중평균 집계치로 개인 계좌의 성과와 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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